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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관식과 수능 이 시스템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잡생각 2020. 12. 19. 06:05

    □ 들어가며

     

    최근 수능이 치뤄지고, 일부 고사장에서는 시험 종료 몇분전에 오류로 시험종료벨이 울려서 답안지를 걷었다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 2분정도 더 시간을 부여했지만 이미 멘탈이 흔들린 수험생들의 원성을 산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하고,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아니더라도 매해 수능이 끝날 때만 되면 이 수능때문에 죽는 사람이 생긴한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하는것이냐, 암기식, 주입식 교육으로는 새로운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등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이 워낙 다양하겠지만, 오늘은 이 중에서 객관식문제라는 점과 과연 암기식, 주입식 교육(?)이 수능인지, 수능과 객관식시험은 정말로 나쁘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0120996627

     

    "4분 일찍 수능종료, 1등급이 3등급 됐다"…집단소송 예고

    "4분 일찍 수능종료, 1등급이 3등급 됐다"…집단소송 예고, 수험생 항의에 감독관은 "시계 고장 난 것" 일축 수험생 "수시 최저등급 못 맞춰 원하는 대학 못 가" "누군가는 책임을 지거나 진정성 있

    www.hankyung.com

     

    □ 객관식 문제의 명암

     

    구독자분들 중에서는 세대에 따라 객관식에 대한 기억이 다 다를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4지선다형 문제에 익숙하셨던 분들도 계실 것이고, 특정 세대 이후에는 5지선다형 문제에 익숙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객관식 문제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보기 중에 한가지의 정답을 고르는 시험 방식입니다. 그래서 사실 찍어도 확률적으로 20%대의 (4지선다면 25%) 정답을 고를 수 있어서 정확한 실력을 측정하는게 맞는 것인지, 순간적인 판단력만 테스트 하기 때문에 불합리 한것은 아닌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곤 합니다.

     

    ㅇ 객관식 문제의 단점

     

    찍어도 맞출 확률이 있다는 점,  객관식 문제로는 정답은 가릴 수 있어도 그 객관식 문제의 정답에 이르는 과정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소위 꼼수를 동원한 문제풀이 스킬 활용), 지식을 측정할 수 는 있지만 정량적인 지식만 측정가능하다는 점, 변별력을 위해 지엽적인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 실제 교육보다는 문제풀이식 기계를 양산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이 객관식 문제의 단점입니다.

     

    ㅇ 객관식 문제의 장점

     

    정답이 명확하여 평가 측정하기가 쉽다는 점,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점, 전반적으로 골고루 해당 교과에 대한 지식을 평가하기에 적합하다는 점(주관식 서술형으로 출제하면 필연적으로 문제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생겨서 전반적인 평가를 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정확한 지식을 측정 할 수 있다는 점, 전국단위 시험을 치르기에 비용 소모가 매우 적고(주관식 단답형이 아닌 논술형 시험이라면 채점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엄청날 것입니다.), 적어도 시험장 안에서는 모두가 같은 조건하에서 공정하게 시험을 치르게 된다는 점 등이 객관식 문제의 장점입니다. 

     

    이렇게 객관식 문제는 단점만 있지도 않고 장점만 있지도 않습니다. 각 국가별로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객관식 문제 형태의 시험을 치르는 국가도 꽤 많이 있고 아예 객관식 문제가 없는 국가는 많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생각보다 객관식 문제가 단점만 있지는 않지 않나요?

     

    □ 객관식으로 치르는 수능은 잘못된 암기식, 주입식 교육일까?

    수능시험은 정말 암기해서 되는 시험일까?(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ㅇ 수능은 객관식이 대부분(일부 수학문제 주관식 단답형)이라 잘못된 시험인가?

     

    앞서 객관식 문제에는 명암이 있다고 했으니 객관식문제가 대부분이라는 것만으로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전국단위로 똑같이 평가해야 하는 시험이고, 우리나라 처럼 치열한 경쟁시스템에서는 객관식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일 수도 있습니다. 서술형, 주관식 시험을 치른다면 공정성 확보 문제, 시험을 치르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채점소요 시간, 비용 또 현재까지 객관식 시험을 주로 치르는 학교현장에서의 적응 문제, 또 다른 고가의 사교육 등장문제 등을 생각하면 어설프게 바꾸는 것 보다는 현행 시스템이 나은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ㅇ 수능은 암기식, 주입식 교육인가?

     

    간혹 토론회나 TV 등에서 거의 뭐 절대명제처럼 되뇌이는 말이 있습니다. 수능은 암기식, 주입식 교육이므로 잘못된 것이고 미래를 위해 입학사정관, 학생부종합전형등을 늘려야 한다고 하는 주장을 증명이 필요없는 절대 진리처럼 이야기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수능시험이 창의성을 기르거나 측정할 수 있는 시험은 우선 아니라는 점에 동의합니다.(그런데 창의성을 측정하는 게 가능한지는 의문) 그러나 단순히 암기를 많이 하면 풀 수 있는 시험일까요?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수능시험은 기본적으로 암기도 필요(암기 자체가 나쁜것은 아닙니다.)하고, 배우고 암기한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합니다. 암기해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는 오히려 많지 않습니다. 열심히 근의 공식을 외운다고 해서 그냥 방정식과 관련된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문제도 열심히 단어만 외운다고 해서 풀 수도 없으며 특히 빈칸추론과 같은 문제는 유기적인 문맥파악과 독해력이 있어야 풀 수 있으며, 국어영역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과서만 해도 몇 종류인데 교과서의 문학작품과 문학작품에 대한 해제를 다 외워서 국어 문제를 푸는걸까요? 비문학 독해지문은 특히 어디서 나올지도 모르고 과학논문이나 저널에서 인용하기도 합니다. 즉, 문학작품이나 몇가지 암기사항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은 극히 드물고, 주어진 지문을 바탕으로 어떤 정보를 읽어내고 어떤 정보가 문제에서 요구되는지, 문제의 보기 중 주어진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것은 어떤지, 혹은 추론해 낼 수 있는 정보는 어떤지 종합적인 판단력이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나 과학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 연표를 외운다고 해서 그냥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암기를 바탕으로 시대상과 사료에 대한 해석능력도 필요하며, 과학 역시 주기율표를 외운다고 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즉 암기식으로 풀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습니다. 물론 이론적인 부분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주입식으로 이론을 집어 넣었다고 해서 그걸 외우기만 해서는 문제해결력이 생기지가 않습니다. 즉 주입식은 맞을지언정 암기식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수능에 대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ㅇ 그렇다면 수능은 최선의 방법인가?

     

    물론,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객관식 문제라는 태생적인 한계도 있고, 수능으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능력들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수능이 만악의 근원인 것처럼 매도하고, 암기식 교육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적어도 수능과 같은 형태의 시험은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고, 누군가 대신해 줄수도 없으며, 채점 기준이 명확하고, 같은 문제를 치른다는 점에서 공정하고, 또 기본적인 지식을 측정하고, 그 지식을 응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을 측정하기에는 꽤 괜찮은 시험입니다. 단순히 암기식으로는 절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시험이 수능이니까요.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또 저신뢰사회에서는 어쩌면 차선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수능으로 인생이 결정되느냐 등의 문제는 정말 수능의 문제일까요? 우리사회가 아직 학벌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증명하고, 다양한 형태의 진로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모두가 대학에 목매는 구조이고 이로 인해 대학이 서열화 되고, 그 관문 중의 하나가 수능이라서 그런게 아닐까요? 이런 사회 문제가 시험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 포스팅을 마치며

     

    제가 교육전문가는 아니라서 제 의견을 담아 이번 포스팅을 하였기 때문에 교육학적으로나 혹은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봤을 때 동의 하지 못하는 부분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객관식 문제자체가 아주 나쁜 시험은 아니며, 각종 국가고시에서도 객관식문제를 치르며(심지어 사법시험은 8지선다형 이었고, 실제 문제 자체가 정합한 문제해결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수능 등의 시험이 단순히 암기많이 하면 풀 수 있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의 방안은 아니라도 차선책이 현재와 같은 시험 방식이며, 부족한 부분은 점차 다양한 평가방법을 제대로(지금 하는 식의 학생부종합전형등은 매우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개발하여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혹시 자녀 분들중에 수능을 치르거나 주변에 수능을 치른 분이 있다면 한번쯤 아무말도 말고 맛있는거 한번씩 사주시면 더 좋을거 같습니다. 오늘도 홀앙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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